화.쏘.공(화분이 쏘아 올린 작은 공) (Written by. Norah)
2017. 11. 26. 21:20
화.쏘.공 (화분이 쏘아 올린 작은 공)
w. Norah
[진우형번호그만바꿔: 관심 가는 행동과 말은 자제해줬으면 좋겠어. 오후 11:38]
그럴 거면 애초에 관심 끄는 행동과 말을 자제했어야죠. 사람 마음은 잔뜩 들쑤셔 놓고 이제 와서 자기 혼자 발 뺀다 이거지? 왜인지 그 말도 안 되는 수작들에 말려든 것 같은 송민호(위너 멤버, 25) 씨의 넋두리였다.
앞집으로 이사 온 지 고작 세 달 째의 일이었다. 손에는 깨진 화분이 담긴 종량제 봉투 하나가 달랑달랑 들려 있었다. 꽁꽁 싸매서 이 집에서 쫓겨나듯 나오기 직전 동거인 김진우(직장동료, 27) 씨가 쥐여준 것이다. 괜히 심통이 나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오락실 ‘스트리트파이터’라도 되는 것처럼 광클했다. 이게 다 얘 때문이다.
[진우형번호그만바꿔: 밖에서 무생물한테 대신 성질부리는 거 다 들리거든? 무척 신경 쓰이네. 부탁할게. 오후 11:40]
“아, 썅!”
모든 건 화분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었다.
*
“야, 내 앞에서 끼 부리지 마.”
자기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걸까. 민호는 황당함을 넘어 이제는 억울할 지경이었다. ‘그냥 웃다가 쳐다보는 것도 안 돼요?’라고 물었더니 개정색으로 맞받아쳤다. 응, 안 돼. 진우는 의외로 단호한 면이 있었다.
얾…좔 모루겠쒀여. 분명 10분 전까진 요즘 핫하다는 나몰라패밀리 협찬 영상을 보면서 같이 낄낄댔단 말이다. 큭큭큭 숨도 못 쉬고 웃으면서 따라하다가 눈이 마주쳤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대뜸 훈계하는 거다. 어디서 형님에게 눈웃음을 치냐는 둥 혼자 실컷 열을 내더니 방으로 사라졌다. 같이 끓여 먹기로 한 2인분의 라면은 결국 다 민호 차지가 됐다. 이제는 웃는 것도 금지 당했다. 아니, 그렇게 좋으면 잘해주든가. 맨날 성질만 부리면서 어쩌라는 건지 정말. 혹시 자신을 좋아하는 게 그렇게 화가 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싶어서 민호도 심란하기 그지없는 상태가 됐다.
처음에는 그래 우리 형 요즘 많이 예민하구나 싶었지. 일 년 내내 쉴 틈 없이 스케줄을 뛰었으니까. 아무리 바쁜 게 쉬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만 그래도 형도 사람인데 잠이 부족하면 짜증이 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한두 번 반복되는 패턴이 아니게 된 순간부터는 문제가 됐다. 진우가 유독 자신에게 예민해지기 시작한 처음을 떠올려 보니 여름쯤이었다.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벌칙으로 볼에 사이좋게 뽀뽀를 네 번씩 주고받았던 적이 있었다. 어차피 방송의 재미상 무조건 벌칙은 뽀뽀하기로 결론 날 것이 뻔했는데, 역시나였다. 이렇게 된 거 웃기게 재미라도 살려보자 했는데, 막상 볼에 닿는 감촉이 너무 이상했다. 그러니까 너무 촉촉하고, 말랑했다는 거지. 그때 어렴풋이 들려오던 이승훈(직장동료, 26) 씨의 한 마디.
‘이러다가 이상해지는 거 아냐?’
이상해졌다. 그건 민호보다 진우 쪽이었다. 곧바로 며칠 되지 않아 태국 공연 일정으로 출국을 했는데, 공항을 향하는 벤 안에서부터 침묵으로 일관하는 거다. 자신에게 뭔가 화난 게 있나 싶어서 민호가 먼저 수그리고 들어갔다. 진우의 호텔방을 두드렸다. 빼꼼 고개를 내민 얼굴에 심란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손에 든 위스키 병을 흔들어 보이며 입꼬리를 애써 끌어올렸다. 평소보다 훨씬 적은 양의 알코올을 들이켰음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빨리 취했다.
“형, 괜찮아요?”
“…귀고 싶어.”
“네?”
“너만 보며능… 사……싶어어…”
뭐라고 중얼거리기에 푹 숙여진 고개를 따라 눈을 맞췄더니 대뜸 어깨를 붙잡는 진우였다. 눈에 초점이 안 맞는 것 같은데요, 형.
“아놔, 이 깜찍한 새끼.”
“예??”
“재롱떠는 거 작작해줬으면 좋겠어. 오늘부터 1일 하고 싶어지니까.”
“네???”
동그래진 민호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최대 확장됐다. 복숭아처럼 두 볼이 발개진 진우는 그런 민호를 보며 자못 험악한 고백과 달리 참으로 해사하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넌 왜 입술이 그렇게 동그랗구 말할 때 입모양도 귀여워?”
“아???”
그것은 시발점(욕 아님)이었다. 계절을 지나 가을이 되면서 진우의 뜬금없는 고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때는 불어나는 살림살이에 더 이상 그들의 분가를 미룰 수 없었던 날이었다. 그래 봤자 앞에서 앞으로 나눠서 이사하는 것이었는데, 인테리어를 하면서도 나름 취향이 잘 맞아서 침실도 함께 꾸미기까지 하지 않았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심지어 작은 선인장이라도 집에 식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진우를 닮은 다육이를 선물한 것이 고작 지난 달이다. 그날 진우의 표정이 어땠던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는 민호다.
“형, 제가 형을 위해서 다육이 한 쌍을 사왔어요. 우리의 이사를 기념하는 선물이에요. 앞으로 잘 키워봐요.”
“뭐야, 이 좆만한 것은.”
사실 진우는 민호가 내민 다육이를 보고 할 말을 잊어버렸다는 것이 맞았다. 뭐야, 이 존나 귀여운 것은. 말이 곧이곧대로 나왔어야 했는데, 격한 감정에 실언을 했음도 알아채지 못하고 소중하게 화분을 받아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송민호는 그렇게 안 생겨서 이렇게 섬세하고 쁘띠한 구석이 있단 말이다. 화분을 건네는 손이 덩치에 비해 살짝 작은 것도 진짜 무슨 큰 멍뭉이 같이 귀여웠다.
“야, 송민호.”
“뭐, 뭐요. 선물 마음에 안 들면 말로 해요. 사람 성의가 있지. 그리고 내 건 그것보다 크거든요!”
“됐고. 왜 네 손은 몸에 비해서 좀 작은 편이야?”
“예?”
자신이 사온 다육이를 보고 ‘좆만한 것’이라고 표현해 놓고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 진우였다. 굳어있던 표정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뭐라는 거야, 이 형이.
“저기요, 김 형.”
“진우 형.”
“그래요, 진우 형. 아니 그건 용인 가서 울 엄마한테 물어봐요. 그리고 제 손이 모 오때서요?”
똑같은 화분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진우에 민호가 손을 뒤로 숨겨버렸다. 저번에는 몰랐는데 눈꼬리가 밑으로 쳐져 있다며 왜 무표정일 때도 눈꼬리가 이렇게 귀엽게 쳐졌냐며 버럭 화를 내지 않았던가. 하루는 밥 먹을 때 볼이 옴뇸뇸 귀엽다며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더니 민호도 아닌 진우가 화들짝 놀라서 5m는 후다닥 떨어졌다. 그러니 이번에는 손이 문제냐 싶은 거다.
“이러다가 깨물어 버릴 것 같으니까 장갑이라도 껴.”
진우가 진심으로 이를 갈고 있어서 무서워진 민호였다.
“뭐라고요?”
“한 번만 더 손으로 어필하면 확 사귀자고 할 거야.”
벙 쪄버린 민호를 뒤로하고 진우는 중얼거리면서 테라스로 향했다. 둘이서 사는 거 너무 위험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 테이블에 화분을 내려놓는 손길이 퍽 조심스러웠다. 그 이후로 진우는 다육이에게 민호 몰래 ‘미노’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최소 하루에 한 번 인사를 건넸다.
“미노야, 민호한테 나 보면서 눈웃음칠 거면 카톡이라도 미리 주고 웃으라고 해.”
“미노야, 민호한테 오늘 귀여움이 치사량을 넘었으니까 내일은 작작하라고 해.”
“미노야, 민호한테 오늘 얼굴 너무 못 봤으니까 내일은 좀 치대도 된다고 해.”
그리고 과다 입력을 당한 ‘미노’는 나날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부담 갖지 말라는 의미로 ‘책상 위에 선인장을 올려놓듯’이라는 관용구가 괜히 탄생한 것이 아니었는걸. 잊을 만할 때쯤 물을 주면 된다는 걸 몰랐던 진우는 사람이고 동물이고 식물이고 애정을 쏟으면 쏟을수록 좋다고 판단, 그만 ‘난테크’하는 것처럼 ‘미노’를 키워버렸던 것이다. 앓아누운 ‘미노’를 보고 진우도 울상이 됐다.
그 시각 민호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회사에서 작업 중이었다. ‘너 왜 집에 안 오니?’ 부르르 울리며 카톡이 왔다. 폰을 들어 올렸는데 오랜만에 뜨는 진우의 이름에 바짝 긴장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늘은 또 뭐라고 혼내려나. 매일매일 신박한 것들로 혼이 나던 터라 이젠 궁금해하는 저 자신이 웃겼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뚝 끊겼다. 뭐야, 이 형?
[진우형번호그만바꿔: 전화는 정중하게 사양할게 오전 1:33]
[그럼 이 시간에 왜 카톡 했는데요 오전 1:33]
[진우형번호그만바꿔: 지금 목소리가 별로 안 예뻐서 매력을 어필할 수 없어 오전 1:33]
[네? 혹시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오전 1:34]
[진우형번호그만바꿔: 없지만 궁금해서ㅡㅡ 난 가끔 네가 집만 지키고 있었음 좋겠어 그 큰 멍뭉이같이 그런 거 있잖아 인절미같이 생긴 애 오전 1:35]
자신은 진심으로 걱정돼서 말하는데, 진우의 말들이 점점 장난처럼 느껴지는 민호였다. 처음 대뜸 귀엽다는 등의 말을 했을 땐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칭찬이니까 나쁘진 않았지. 그러다가 내 앞에서 눈웃음치지 마라, 끼 부리는 거 아니냐 그러지 마라 등의 말을 했을 땐 억울했다. 아무렇지 않게 사귀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 요즘 태도는 별로 기분 좋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놀리는 것 같단 말이다. 민호는 오늘은 꼭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씹하고 당장 집으로 향했다. 진우는 테라스에 앉아 사색에 빠진 듯했다. 민호가 그 옆자리에 앉을 때까지 돌아보지 못했던 걸 보면 말이다.
“형, 저랑 이야기 좀 해요.”
“뭐야 내 카톡 읽씹한 애잖아?”
“요즘 형 이상한 거 알죠.”
“내가? 아닌데?”
“진짜 저한테 왜 그래요? 막 아무 때나 사귀자고 덜컥 고백하고?”
“그럼 안 되는 거야?”
“아니 진심으로 하는 말들이면 저도 고맙게 생각이라도 해볼 것 같거든요.”
“그런데 왜!”
“여름부터 지금까지 거의 세 달 동안 그랬어요. 맨날 말로만 말로만. 귀여워해 주고 좋아해 주는 건 고마운데요, 저도 이쯤 되니까 짜증 난다고요.”
“막 튀어나오는 걸 어떡해 그러면.”
“그럼 참아요. 제가 봤을 때 형은 진심 아니에요. 저 놀리려고 그러는 거지.”
“네가 나야? 뭘 안다고 진심이 아니래!”
발끈해서 일어난 진우의 허벅지에 걸려 테이블이 들썩였고, 그만 ‘미노’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언성이 살짝 높아지려고 했던 가운데, 화분이 와장창 깨지면서 정적이 흘렀다. 부동 상태가 된 진우는 얼굴이 하얘져서 그 광경을 눈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민호 역시 놀랐는데 진우의 표정이 너무 좋지 못해서 일단 따지려던 것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치우려고 쪼그려 앉으려는데 진우가 빨랐다.
“흐어엉, 미노야 미아내. 내가 너 결국 깨뜨리고 말았어. 소중하게 대해 줬어야 했는데 욱해서, 어떡해. 아프지. 내가 미아내.”
그 사과의 방향이 어디로 쏟아지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미노야, 내가 너 진짜 엄청 좋아했는데 흐어엉, 그래서 맨날 너한테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하고 사랑은 있는 그대로 다 주고 싶었는데 그러면 주체가 안 되니까 나도 참는다고 참았는데에!”
“형…… 지금 울어요?”
“근데 그래도 네가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걸 어떡해. 흐어어어어엉.”
고백의 방향도 어디로 쏟아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선인장 이름은 나랑 똑같이 지어 놔서 사람 헷갈리게 해.
“이거, 네가 버리고 와.”
진정된 진우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봉투에 화분의 잔해를 넣어 민호의 손에 쥐여줬다. 감정까지 다 털어버리고 오라는 말처럼 느껴져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붙이면 되잖아요.”
“못 붙여, 완전 산산조각 났잖아.”
입술이 떨어졌다가 알겠어요 한 마디만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나서 받은 카톡에선 관심 가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니. 결국 버리지 못한 깨진 화분을 거실에 늘어놓고 접착제를 찾았다.
“형 자요?”
“……자거든!”
“자면서 어떻게 말해요. 잠꼬댄가.”
“그런가 보지!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까 관심 꺼줬음 좋겠어.”
“미노는 어딨어요?”
“……내 눈앞에 있잖아.”
“민호 말고 미노요.”
시름시름 앓고 있는 미노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워 보여서 민호도 손길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자신이 준 선물을 이토록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눈앞에서 보니까 괜히 쑥스러웠다. 말없이 미노를 옮겨 심는 커다란 등짝을 아닌 척 이불 사이로 쳐다보고 있던 진우였다.
“뭐 하는데에…”
“미노 집 재건축했어요. 짜잔.”
“이게 모야.”
접착제로 붙인 티가 나서 볼품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진우는 몇 백 년 만에 발견된 청자와 바꾸자고 해도 (과장 많이 더해서) 절대 바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침대 밑에 무릎을 꿇고 팔을 괴고 쳐다보는 민호의 얼굴도 너무 다정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버린 진우였다. 계속 보고 있다간 진짜 뽀뽀라도 해버릴 것 같았거든.
“뭐예요. 이것도 마음에 안 들어요? 아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건데.”
“알겠어, 고마워! 근데 이것 좀 놔, 진짜 힘만 더럽게 세!”
“얼굴 좀 보고 얘기하죠, 형?”
이불을 두고 난데없는 힘겨루기 중이었다. 그 바람에 민호의 몸이 반쯤 침대 위로 올라왔고, 진우는 진심으로 식겁하기 시작했다.
“있잖아, 침대 위로는 올라오지 마!”
“헐,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서요? 제가 형이에요?”
“맞아… 내가 무슨 짓 할지 몰라서야.”
정적이 흘렀다. 마침 말 나온 김에 확실히 할 것이 남았다. 민호가 침대 위에 아예 엉덩이를 붙이고 앉자 진우가 최대한 구석으로 멀어졌다.
“뭐, 뭔데?!”
“형, 제가 좋아요?”
“응 아니!”
“제가 왜 좋아요? 언제부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좋아진걸! 아니 안 좋아하는데?”
“근데 왜 앞으로 관심 가는 행동 자제해 달라고 하는 건데요?”
“아이씨, 그건… 좋으니까 그러지!”
“그럼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되는 거잖아요. 대신 진심으로 대해줘요. 장난하지 말고.”
“난 계속 장난 아니었다구…!”
“그리고 화 좀 그만 내요. 그러다가 형 진짜 빵 터져버릴 것 같아서 무서워.”
“알게써… 나 그럼 진짜 진심으로 마음 가는 대로 한다아?”
“제대로 받아줄 테니까, 제대로 귀여워해 줘봐요. 혹시 알아 홀라당 넘어갈지?”
아님 이미 넘어갔을 수도 있고.
“손”
“아?”
덥석 내밀어지는 손바닥에 자동 반사로 주먹 쥔 손을 올려놓은 민호였다. 뭐하는 거지?
“턱”
“아?”
이어 자신의 턱을 간지럽히는 진우의 하얀 손가락이 느껴졌다. 뭐지 지금?
“뽀뽀!”
“예???”
입술을 내미는 말간 얼굴을 보며 민호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혹시 나를 무슨 집에서 키우는 커다란 개처럼 생각하는 건가? 생각에 빠진 민호의 뺨을 잡고 진우가 말했다.
“민호 너, 나랑 볼에 뽀뽀했어, 안 했어?”
“해, 했죠.”
“너 나한테 이마랑 목에도 뽀뽀했어, 안 했어?”
“했죠, 아마?”
“둘이서 합쳐서 여덟 번 뽀뽀했어, 안 했어?”
“그거야, 했죠…”
“그럼 입술에 뽀뽀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안 어려워?”
“그러니까 그게.”
“한 번인데? 카메라 앞에서 여덟 번도 한 사인데!”
“그, 그렇죠?”
“그치?”
왠지 말도 안 되게 허술한 이 수작들에 넘어가버린 송민호 씨였다. 아니 근데 갑자기 너무 진도 점프하는 거 아니에요? 그의 항변은 묵살 당했다.
“오늘 제대로 온라인 집들이해줄게!”
[우와 진우 오빠 방 너무 예뻐요]
[침대 맡에 저 스티커들은 뭐예요?]
[헐 오레베죠 그림 진짜 최고된다]
“테라스는 더 장난 아니에요. 짜잔. 여기 앉아서 민호랑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는 곳.”
[오빠 선인장도 키워요?]
[진우 화분 상태 왜 그래?]
[무슨 선인장이에요? 나도 키울래~~]
“응, 화분 깨졌어. 흐흐흐. 아, 이거 솔직하게 말해도 되게찡? 채플이니까. 그건 민호랑 조금 이런저런 할 얘기가 있어서 말하다가 조금 격해져서 내가 실수로 테이블 쳤는데 괜찮아요. 민호가 바로 다시 붙여줬엉.”
[테이블도 좀 덜컹 한 것 같은데 그것도 그때 고장 난 거야?]
“아니이…”
[뭔데뭔데]
퍽 수줍은 고백이었다. 그래도 민호가 늘 솔직하고 진심으로 하자고 했으니까.
“아니, 그건… 화해하다가.”
그 시각 작업실에 있던 민호는 진우가 채플을 시작했다는 소리를 듣고 잠깐 켜봤다가 그만 식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니저 형 부를 시간도 없었다. 대충 짐을 챙겨서 눈썹 휘날리게 택시를 잡고 집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민호는 지끈거리는 머리만 부여잡을 뿐이었다.
“아오, 진짜 진우 형!!! 그걸 방송에서 말하면 어떡해!”
Written By. Norah (Twitter Account : @by_nor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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