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Like me more!! (Written by. MTR)
2018. 8. 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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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MTR


 

 

 

 

하릴 없이 느긋하게 시작하는 아침은 참으로도 소중한 것이다. 이미 한바탕 샤워까지 마치고 환복을 마친 그가 창문 앞에서 묵직한 커튼을 치워내자 이내 쨍한 햇빛이 한 번에 피어올랐다. 주말은 그렇다. 따로 일이 없는 날이다. 딱히 예정도 정해져있지 않았고, 오늘은 그저 의식이. 아니면 기분이 허락하는 대로 지내더라도 그 누구도 무어라 할 수 없는 날이었다. 유달리 날이 좋은, 온도도 적당한 기운에 창밖을 바라보고 나서 등을 돌려 느긋하게 차분한 미백색의 거실을 가득 채운 고운 빛을 따라가면 어느 새인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검은 시트 위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참새가 울음을 울리며 아침을 알렸거늘 여전히 고운 눈꺼풀을 들어 올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어린 연인을 내려다 보다 이내 가볍게 하얀 볼을 찔렀다. 진우야. 그러면 이름이 불린 연인은 그 검은 시트 안에서 으으응, 하고 작은 잠꼬대를 울리며 몸을 뒤척거렸다. 창밖의 새의 울음에는 아침이 따라오건만 진우는 눈을 뜰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김진우, 일어나자. 다시 한 번 깨우기 위해 손을 뻗은 순간에 도리어 손목을 꼭 잡혔다.

 

더 잘... , 더 잘 거야아.”

아침이야.”

, 아침... 안 머거어. 으응. 자요오.”

혼나.”

안 혼나...“

 

어리광을 그득그득 묻힌 채로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웃음이 터졌지만 조금 참고서 엄하게 이야기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 같은 티를 내고야 만다. 아니, 아이는 맞지만. 저보다 한참이 어린 연인은 머리에 부스스 까치집을 짓고 눈도 뜨지 않은 채로 저를 침대로 다시 끌어들인다. 주말의 아침. 어쩌면 다른 아침에도 늘 이런 날이 많았지만, 오늘은 구태여 진우를 깨워야 할 필요는 없었다. 연인의 말대로 아침을 먹지 않아도 그만이었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나태지옥으로 끌려갈 일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검은색에 그대로 묻혀 나올 생각이 없는 진우의 허리를 꽉 안은 송 선생은 천천히 그 머리카락 사이에 코를 묻었다. 같은 샴푸를 쓰고 잠에 들었을 터인데 솔솔 분내가 풍기는 것만 같았다. 제 침대에, 제 집에 제일 어울리지 않을 향이었지만 그것이 퍽 나쁘지는 않았다.

 

더 자...”

잠 다 깼어.”

아냐아... 같이 자면, ... 잠이 코, 올 거야아.”

잠꾸러기.”

... 진우 잠꾸러기 맞으니까아.”

 

얼른, 꼬옥 더. 여전히 눈을 열어 마주 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진우의 말. 옹알거리는 입술을 내려다보다 그 말대로 꽉 안았다. 기분이 좋았다. 간질간질하게 타고 올라오는 그 체향이며 어린 체온에 온몸을 내맡기고 눈을 감았다. 아침잠이 많아질 것 같았다.

 

 

**

 

 

어제는 모처럼 제 동창을 만나고 온 터였다. 예전부터 가능하다면 함께 하자고 했던 그 휴가가 겹치게 될 것 같다는 말에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만날 것을 제의하였고, 가볍게 저녁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연예계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이제는 거기에 더하여 날고 긴다는 기업가의 연인이 되어버린 동창. 유달리 진우가 그를 잘 따르는 터라 약속이 잡히면 늘 같이 향하는데, 어제는 또 그 기업가와 신경전이 대단했다. 분위기가 썩 괜찮은 레스토랑. 거기에 어울리도록 송 선생이 직접 스타일링까지 해서 데리고 갔건만 진우는 동창의 옆에 붙어서 한사코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렇게 되어서야. 묵직한 수트를 걸치고 있는 그의 연인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진우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잘조잘 아기 새처럼 떠들기 바쁜 상기된 얼굴. 조금의 알코올이 함께한 자리였지만, 진우의 신분은 고등학생. 오늘도 눈을 빛내며 진우도... 라고 동창을 곤란하게 한 탓에 송 선생도 그 연인도 쓰읍, 하고 혼내는 소리를 냈기에 한 방울의 알코올도 진우가 마시던 주스에는 들어가지 않았을 것인데.

 

그래서어, 진우가. 형아가 저번에 나온 거 따라 하구 싶어서!”

, 그랬어?”

. 근데에, 성샌님이 그거 하아아나도 못 하게 했어요. 진짜아, 완전 심하지. 그치.”

꼬맹이니까 그렇지.“

나 지짜, ? 지누 나중에 대따시 커서 이따아만큼 커서 아저씨 막 내려다 볼 거야아.”

꿈은 자유라고 했으니 힘내라.”

! 아아! ! 화나아. 아저씨 지짜, 지짜 시러!“

 

내가 언제. 애초에 네 키에 그게 어울릴 리가 없잖아. 패션잡지의 표지를 으레 장식하곤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동창이 등장한 것을 발견하자마자 서점에서 가볍게 떼를 쓴 탓에 사준 잡지. 그걸 보고서 온 옷장을 다 뒤집어서 혼쭐을 냈을 뿐이건만. 송 선생이 영문을 모른다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옆구리에 찰싹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 진우를 바라보니 그것을 예의주시하는 그 연인도 썩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슬슬 떨어트려야 하나. 그런데 저렇게 좋아서 눈에서 빔이 나올 것처럼 조잘거리고 있는 진우를 어떻게 그냥 떨군단 말인가. 물론, 저쪽에 앉아계신 전무님 눈에서도 다른 의미로 빔이 나올 것 같고, 제 눈에서도 빔은 얼마든지 나올 것 같지만. 고개까지 주억거리며 다정한 눈빛으로 하나하나 말을 들어주고 있는 동창과 진우를 번갈아가며 보다 보면 참, 저렇게 좋을까 싶기는 했다.

 

그러게, 선생님이 나빴다.”

그치이. 아아니, ? 지누가 쪼옴. 방을 쪼오금 어지르기는 했거든요오.”

 

조금 같은 소리 하네. 온 옷장을 다 뒤집고 거기에 더해서 제 옷까지 꺼내서 걸친 탓에 그걸 다 수습하느라 진우를 재우고 나서도 한참 잠에 들지 못했는데. 물론, 어지른 사유에 3할쯤은 본인 탓이 있었지만 말이다. 송 선생은 조잘거리는 진우의 목소리가 마치 배경 음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으며 앞에 놓인 커피를 들어 호로록 마시고 속으로 딴죽을 곱게 걸었다. 고상한 클래식은 아니더라도 재즈 정도는 어울릴 법도 하네. 지금 저 상대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라면 뭐,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음악이라도 깔아야 할 것 같았지만 말이다.

 

어지르니까 혼나지.”

! 아저씨는 조용히! ! 지누 지금 아저씨랑 얘기 안 해애.”

“...“

지짜. ? 아저씨도 그렇구 성샌님도 그렇구 완전. ?“

완전 뭐.”

저질.”

 

. 머금었던 액체를 그대로 내보낼 것 같은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 송 선생은 본인의 사회적 이미지와 장소를 생각해서 꾹 참았지만, 동창과 그의 연인은 그러하지 못했다. 반듯하게 머리를 넘긴 이마에 곱게 솟아난 힘줄. 도매 급으로 묶여서 저질에 카테고라이징을 당한 송 선생도 이마에 힘줄이 돋을 것 같았다. 물론, 저 눈치를 삶아먹은 눈새, 아니. 망아지가 제 동창에게 여러 의미로 재앙(인지 아니면 저 연인에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지만)을 물어다 주는 꼴이야 그의 연인을 통해 간혹 보고를 받은 터라 알고 있었지만, 저 입을 타고 나오는 당당한 저질 소리에는 영 면역이 어려웠다. 저에게 하는 것은 숱하게 들어 익숙한 터였지만, 굴지의 기업가가 아닌가. 간이 큰 건지 부은 것인지 구분이야 어려웠지만, 송 선생은 슬슬 이 분위기를 풀어야 할 것 같은 숙명감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저거 봐. 송 전무 눈에서 빔이라도 쏠 기세잖아. 저 망아지 좀 어떻게 해 보세요. 직장 상사도 아니건만 그것이 상사의 눈빛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내가 왜 저질이야.”

저질. ? 진우는 다 알아! 쩌번에 형아가아, ? 막 일도 하구 해야 하는데!”

“...얘기했어요, 저 꼬맹이한테?”

, 아니요. 전무님, 그게...”

저질! 대왕저질! 상저질! 송 씨들 다 저질이야아.”

 

고삐 풀린 망아지라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얄밉고도 얄밉게 동창의 옆구리에 쏙 매달려서 송 전무를 향해 당찬 눈빛을 날리고 있는 망아지, 아니 진우의 모습에 송 선생은 정말로 저 녀석의 주스 잔에 알코올이라도 집어넣은 것이 아닌지 레스토랑의 바에 가서 물어보고 싶었다. 물론, 이번에도 송 씨들로 카테고라이징을 당한 것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동창의 앞에 놓인 커피 잔이 그 송 씨들이 뿜어내는 기백으로 흔들릴 기세였다. 김진우. 그렇게 이야기하니 한참 으르렁거리며 송 전무를 쏘아보느라 눈치도 채지 못하고 동창의 허리만 더욱 꼭 안는다. 저러다가 진짜, 레스토랑이 무너지고 말지. 열일곱 살이랑 눈싸움을 하는 서른 살의 송 전무도 그 나름 쏘아보고 있지만, 송 선생으로서는 저 대단한 남자와 하나 지지 않고 눈을 마주보고 있는 진우도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어려서 그러잖아요.”

맞아! 지누는 어려서 그래!”

저게 어딜 봐서 어립니까. 열일곱이면 세상 돌아가는 꼴은 다 알고...”

아저씨는! 태어날 때부터 아저씨였으니까아!”

김진우, 이리 와. 그만해.”

시러어.”

“...화내시면 안돼요?”

참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저씨였다는 말에 정말 잠깐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평소에는 횡설수설하며 제가 하는 말의 앞뒤가 영 맞지 않는 진우이거늘 어디서 저렇게 달변가가 되어 온 것인가.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내뱉는 것은 꼭 용맹한 토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상대가 제 천적인 육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아저씨 소리는 듣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이리 오라는 송 선생의 말에도 꼼짝하지 않고 볼을 잔뜩 부풀린 진우의 얼굴은 그야말로 지금 대왕저질 상저질의 손에서 제가 형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기세였다. 대체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기에 저렇게 대왕저질이라 입에 담고 있는 것인가.

 

이리 와. 혼나. “

저질한테 안 혼나아.”

김진우.”

혼내지 말고 얘기해. 진우도 알 거야.“

, 아아. ! 진우 진짜아, ? 형아 제일 조아.”

 

꼬오옥. 무리 중에 제일 조그만 진우는 그 말에 아주 좋아서 더욱 세게 동창의 허리를 끌어안고 놓을 생각이 없다는 듯 이제 품에 고개까지 묻어버렸다. 저것이 동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 조금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송 선생의 훈련과 참교육의 결과로 아무 사람에게나 접촉하지 않는 진우였지만 제 동창은 그 예외였다. 뻑하면 형아 너무 좋아, 하고 저렇게 매달려서 떨어질 줄을 몰랐으니. 세 명의 서른 살 사이에서 아직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진우는 늘 이렇게 제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연예인 형의 옆에서 개인적인 팬미팅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연인, 아니 매니저가 동행하고 허튼 짓을 하지 않게 보호자로서 참가하는 것이 마치 송 선생인 것처럼. 무슨 거의 존재감이 지워지는 수준이었다. 형아 제일 조아, 하면서 옆구리에 답삭 안겨서 쫑알거리는 아기 새와도 같은 진우를 쓰다듬는 눈빛. 그것에 꿈틀한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리라.

 

“...해결 좀 하시죠, 선생님.”

불러도 안 오는 것을 제가 어떻게 합니까.”

망아지 고삐가 느슨해진 것 같습니다만.”

아 완저언, 자기는 어? 마악. 고삐가 아니라 다른 것두 막 풀렸으면서어. 진우한테 자꾸 망아지래애.”

김진우 그만. 이리 와 빨리.“

 

평소 같으면 허리가 부러지고 싶냐, 아니면 내일 걷기 싫으냐 으름장이라도 놓을 것이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렇게까지 입에 담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쉽기도 했다. 물론 서로의 관계에 대하여 알고 있는 이해관계인이라고 할지라도 송 선생까지 진우의 입에서 나오는 송 씨들 전부 저질에 포함이 되지 않도록 지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고삐가 아니라 다른 것이 풀렸다니. 대체 저 어리고 작은 제 연인이 어디까지 막나가는 것인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저 정도라면 어디 가서 함부로 남이 시비를 걸고넘어지더라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여기서 더 진행을 시킨다면 일단 제 인내심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김진우. 송 선생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진우를 불렀다.

 

왜 자꾸 불러어.”

이리 와. 얼른. 선생님 옆에 와서 얌전히 있어.”

나 형아 옆이 좋아요.”

 

꿈틀, 하고 송 선생 인내심의 선도 움직였다. 문제는, 진우 외의 나머지 두 사람만이 그것을 읽어냈다는 것이지만.

 

혼나.”

안 혼나아.”

“...내일 토요일인거 알고 그러지, 김진우.”

푸흡.”

, ! 지누 다 몰라아. 형아아, 지누 성샌님 무서워. 오늘 형아 집에서 자면 안대요? ? 으응? 네에?”

 

절대 안 돼. 그 말은 이번엔 정말이지, 송 씨들 입에서 합창처럼 나왔다. 여전히 난처한 기색 반, 울먹거리는 눈동자에 차마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는 마음 반으로 진우와 송 전무, 그리고 송 선생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는 동창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목소리 톤도 비슷한 둘이 내뱉은 말에 진우는 정말 울기 직전처럼 표정이 변해버렸다. 형아아. 어리광이며 애교가 잔뜩 녹아든 목소리에 또 다른 의미로 송 선생은 조금 더 험악한 기운을 휘어 감았다. 저렇게 애절하게 부르는 거는 뭔데. 저한테는 죽었다 깨어나도 형이라고 안 하려고 해서 억지로, 그리고 몸으로 손수 나서야 부르면서. 아주 둘 사이에서 퐁퐁 꽃잎이라도 날릴 것 같았다. 이제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여기는 때는 지났다. 무력행사를 해서라도 저 고삐 풀린 망아지를 손수 회수하여야 했다.

 

시러어!”

말 들어.”

히잉, . 지짜. 지누 막 어, 험하게 다룰 셈이지!”

 

결국, 뒷덜미를 잡혀서 송 선생의 곁에 끌려온 진우는 억울하다 못해 입이 댓발로 나와서 장소와는 제일 어울리지 않는 말을 꺼내면서 떼를 쓰고야 말았다. 민폐의 선을 적절하게 넘지 않은 것이 다행인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공간이 조금은 프라이빗한 개인실인 것에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인가. 송 선생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오자 진우는 또 울먹거렸다. 그 틈에 동창을 도로 손에 넣은 그의 연인도 조금은 분노를 삭였는지 여유롭게 커피 잔을 들어 올렸고, 그 동창은 여전히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너 험하게 다루는 거가 뭔지는 알고 그렇게 얘기 하냐고.

 

“..., 야한 만화 처러엄. 으읍.”

진짜 망아지가 따로 없네.”

, 하하...”

 

더 입을 열지 않게 송 선생의 손이 진우의 입을 기어코 틀어막고야 말았다. 그렇게 겨우 망아지를 진정시키고 나서야 조금은 어른스러운 대화가 테이블을 감돌았다. 같이 여행이라도 가보자고 했던 것. 그것에 연관되어 있는 장소나 숙박에 대한 이야기, 맞춰야 하는 동창과 전무님의 바쁜 일정. 대충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 휴가의 일정은 가벼운 것이었다. 음료 위에 얹어진 생크림을 폭폭 퍼서 먹던 진우도 그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였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형과 함께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찬스가 아닌가.

 

진우는 바다가 좋아.”

바다? 그럼 어디, 리조트 같은 곳도 괜찮겠다.”

살이 타기라도 하면 촬영에 지장이 생길 텐데요.”

준비는 잘 해야죠. 그리고... 저렇게 좋아하는데요.”

형아랑 바다! 지짜 좋아. 그리구, 맛있는 거두 막 먹구. 재미있는 거 보구!”

수영은 할 줄 아냐. 꼬맹이.”

, 아저씨는 계에에속 그대루 잠겨서 바다에서 살아! 그러엄 지누는 형아랑 같이 갈 거야아.”

저 꼬맹이가 진짜.”

“...수영은 뭐, 튜브라도 하나 주죠.”

맞아요, 전무님. ? 진우 튜브 탈거지?”

! 형아랑 같이!”

 

여전히 사소한 이야기에서도 신경전을 벌이고야 마는 진우와 송 전무 탓에 이야기를 진척시킨 것은 결국 두 동창들의 몫이었다. 남은 것은 일정을 더 맞춰보는 것이라며 휴가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다. 간혹 조금 계획에서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넷 중에서 제일 나이도 어리고 지능도 어린 진우는 홀로 이해를 하지 못해서 재미없다며 송 선생의 옆구리를 찔러도 보고 그 다음에는 몽글몽글 온도차로 물방울이 맺혀있는 제 몫의 달달하게 생크림이 잔뜩 올라가있던 음료가 담긴 유리컵을 만지작거리다 살며시 커피 잔에 손을 뻗기도 했다. 쓰읍, 하고 못 마시게 한 탓에 이거 술 아니잖아! 하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은 당연한 것. 거기에 더해서 송 선생에 대하여 실컷 찡찡거리고 싶은데 무서운 기백을 뿜어내는 송 전무 덕분에 손을 뻗지 못하는 동창 대신 제 허리를 끌어안고 매달려서 지누 졸려, 하고 입에 담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슬슬 일어나야겠네. 진우 졸려서 눈 풀렸다.”

... 졸립구, 이거 하나두 모르구. 커피도 막, ? 못 마시게에... 하구.”

머리 나빠진다. , 나빠질 머리도 없었나.”

아저씨 지짜 확, 확 그냐앙... 지짜. 경찰 부를거야아.“

 

동창의 말대로 정말 눈이 반쯤 풀려서 하품까지 쏙 하면서도 그 연인에게는 절대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진우는 이제 존경스러운 지경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품에 쏙 안겨서 한참 하품을 하고 겨우 걸어 나오고 나서 서로 정해진 목적지를 가기 위해 헤어지는 순간에는 눈도 똑바로 뜨지 못하는 주제에 찡찡, 잔뜩 홀로 억울함을 담아서 나 형아랑 같이 갈 거야! 하고 나서는 통에 품에 데려와서 안으면 아직 세 사람 보다는 한참 작은 진우는 금방 쏙 자취를 감출 정도로 안겨버린다.

 

다음에 집에 놀러와. 알았지?”

, 오늘두 가구 싶은데...”

다음에 오면 형이랑 같이 옷도 고르자. 진우 좋아하는 거로.”

지짜아?”

.”

 

약속, 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진우에게 동창은 해사하게 웃으면서 약속까지 해줬다. 착하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진우도 마찬가지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아, 하더니 또 발돋움을 해서 그 귀에 작게 무어라 속삭이는 것이다. 들리지는 않게. 아주 작게 동창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캐치하지 못할 송 선생이 아니었지만, 저 뒤에 서서 품에 안긴 진우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모로 흔드는 그 연인에게 썩 나쁘지는 않을 일일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바깥 공기가 다가오는 여름을 휘어 감았기에 얼굴이 달아오른 것으로 탓을 돌리면 되리라. 들어가 보자며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가는 택시. 그 안에서 작게 코까지 도롱도롱 골면서 잠에든 진우를 보면, 아주 가끔이지만 제가 하는 것이 연애인지 아니면 육아인지 모르겠다는 기분도 들었다. 전혀 싫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너무나도 신선할 정도였다.

 

으응, 하지마아...”

뭘 하지 마.”

그거, 지누 거... , 안대애.”

 

어깨에 폭 기대서 잠꼬대를 하는 모습에 운전을 하던 택시 기사도 흘끔 뒷좌석을 보았다. 저 눈에 어떻게 보일까. 진우가 어린 동생으로 보일까, 아니면 제대로 연인 사이로 보일까. 아직 누가 보아도 솜털이 보송하게 올라온 열일곱과 세상 이치를 다 깨달아버린 서른. 누구에게도 바로 사귀는 사이다.’하고 털어놓기 어려운 것은 잘 알지만 전자로 이해를 받는다면 썩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파트 앞에 선 택시에 값을 지불하고 내리자 다시 후끈한 열공기가 닿았다. 그래도 썩 나쁘지 않은 밤이라고 생각했다.

 

진우야.”

으응...”

걸을 수 있어?”

 

도리도리. 품에 여전히 안겨있는 진우에게 물어보면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두 팔로 송 선생의 허리에 꼭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으려 힘을 더욱 넣는 행동. 어쩔 수 없네. 송 선생은 아주 잠시 진우의 팔을 풀었고, 이내 그 몸을 들어올렸다. 두 팔을 목에 감게 하면 꼬옥 안아서 목덜미에 고개를 묻어버리는 진우. 그것에 대롱거리는 두 다리를 지탱했다. 열두 시의 신데렐라가 왕자의 품에 안겨서 성에 들어간다면 이런 모습일까. 물론, 저는 왕자라고 자처하기에는 뻔뻔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진우가 왕자라면 왕자이지 않을까. 지금은 공주에 가깝지만 말이다. 화려한 성문이 아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스탠드만 켜두고 침대 위에 올려 눕히면 그 공주는 눈을 살며시 뜬다.

 

더 자.”

, ... 안 자아. 씻구... 그리구, 성샌님이랑 다른 거어...”

정신도 못 차리면서.”

아냐아... 차릴 거, 니까아... 으응? ? 얼르, ...”

 

정신 차리게 뽀뽀오. 잠결 섞인 애교가 잔뜩 묻은 말투에 결국, 입술을 내려주었다. , . 간지러운 소리가 방을 채우면 진우는 목을 더 끌어안았다. 가벼운 입맞춤이 짙은 것으로 색을 바꾸는 것은 금방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내 공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침대에 폭 처져있던 진우의 두 다리가 허리를 휘어 감으면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그것이 못내 아쉬워 또 다시 뽀뽀, 하고 조르면 부리가 스치는 것처럼 가볍게 내려오는 것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얘기 안 하면 몰라. 오늘 곱게 입혀준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내리면서 부러 장난이라도 치듯 짐짓 진지하게 내뱉으면 진우는 제 쪽에서 알아서 고개를 올렸다, 혀끝으로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간지럽히는 작은 움직임. 마지막 단추가 풀려나갈 때는 혀가 얽히고 얽혀 반대로 풀어내기가 어려웠다.

 

호흡이 벅차오르는 밤이었다고 기억했다. 욕실에서 씻고 같은 샴푸로, 같은 바디워시로 온몸을 적시고 나온 후에 품에 꽉 다시 안았다. 송 선생이 제일 아끼는 것. 육체적의 피로함과 더하여 수마가 한 번에 쏟아 들어온 진우가 노곤하게 퍼진 채로 안겨있는 이 시간. 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입에 담는 진우만큼이나 송 선생도 어서 진우가 어른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면 금요일 밤은 똑같이 반갑겠지만 일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지 않아도 될 것이기에.

 

 

**

 

 

성생니임.”

 

쪽쪽.

 

성샌니임, . 왜 안 일어나아.”

 

이상하다아. 진우가 봤던 책은 다아 이렇게 뽀뽀하면 일어났는데.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선생님을 끌어당겨서 같이 포옥 자구 일어난 거는 좋은데 오히려 반대로 선생님이 잠에 취해서 진우가 아무리 뽀뽀를 하고 흔들어도 깨질 않는 것이다. 송 선생과 끌어안고 있는 것은 진우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기쁜 일이지만, 슬슬 배가 고팠다. 어제 그렇게 집에 와서 진우가 입에 담았던 것처럼 야한 만화처럼 엉망진창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밤을 보내고 만 것.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으니 이제 잘 만큼 잤으니 무언가 먹고 싶은데 잠에 빠져버린 애인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진우는 울상을 지었다.

 

성샌니임.”

“....”

모야아, 대답은 하면서 왜 안 일어나요오. 지누 배고파아. ? 네에?”

“...”

, 송미노 지짜아.”

 

조금 원망을 담아서 불러도 꼼짝하지 않는 송 선생 덕분에 진우는 초강수를 두었다. 품에서 낑낑거리며 빠져나가 그 배 위에 올라타서 어깨도 파바박 내려치고 뺨도 꼭꼭 꼬집고 팔뚝도 들었다 놨다 애를 썼다. 그러자, 어느 순간인가 잠에서 깨어난 송 선생이 저를 끌어들여 잠에 빠지게 한 주제에 제멋대로 일어나라고 귀여운 행패를 부리는 진우를 당겨 품에 안아버렸다. 이제 해는 중천. 점점 점심에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이었다,

 

배고파요.”

아침 필요 없다며.”

이제 점시임. ? 지누 바압. 다른 거 말구 밥! 아니며언 빵. 빵두 조아.”

자기 전에 많이 먹... 하암. 먹었잖아. 벌써 배고파?”

저질아아! 아니야아. 그거 아니, . 만지지 마앗.”

어디 보자. 배 안 나왔나.”

안 나와요오. 빨리이, .”

 

장난스럽게 허리부터 아랫배로 슬금슬금 오려는 손에 저질 타이틀을 획득한 송 선생의 어깨를 살살 깨문 진우가 계속해서 밥을 조르는 탓에 결국 침대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과정에서도 송 선생이 진우를 깨물거나, 반대로 진우가 송 선생을 깨물거나 서로 간지럽히거나 하는 어딘가 연인의 주말다운 행동이 번복되었지만 말이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진우는 식탁에, 송 선생은 싱크대 앞에 섰다. 능숙하게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계란을 깨어 넣고. 토스터에 식빵을 넣고 진우 몫의 우유를 챙겨 따라내고 제 몫도 준비하기 위해 커피까지 내렸다. 고소함이 그득한 주방의 냄새. 몽글몽글 샘솟는 그 행복함. 커다란 티셔츠에 속옷만 입은 저와 다르게 운동복 바지에 웃통은 입지 않은 송 선생. 진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

진우 지짜아, 지금 어어엄청 기뻐어.”

뭐가 그렇게 기뻐.”

성샌님이 진우 주려구 거기서어, 어엄청 열심히 막! ? 준비하구 있잖아요?”

그렇지. 빵은 몇 개.”

두 개! 오믈렛은 쪼끄만거어. 그리구 또오, . 어어엄청 즐겁구..”

빵도 두 개면 오믈렛도 큰 거로 먹어. 너 그러다가 키 안 커, 어제 아저씨가 그랬잖아. 즐거운 거는 또 뭔데.”

지누 클 거야! , 아니이이. 다 못 먹어어. , 이렇게 마악. 같이 있는 거어? ! 치즈! 치즈 많이요!”

남기지 말고 먹어. 진짜 별게 다 즐겁다.”

성샌님은 안 재미써요?“

 

통통하게 잘 익은 노란 오믈렛이 두 개. 식빵이 다섯 쪽. 하얀 바나나, 빨간 토마토. 버터와 딸기잼, 그리고 하얀 우유에 하얀 머그잔에 담긴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 그것들이 식탁을 수놓고 송 선생이 진우의 건너편에 앉자 우유부터 한 모금 마신 진우가 빤히 바라보았다. 그저 모든 것이 기쁘고 즐겁고, 재미있는 녀석. 여기서 만약 저 눈빛을 배반하고 재미없어.’ 라고 한다면 울먹거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거기에 결코, 진우의 마음과 다른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잔을 들어 향이 좋은 커피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아니, 재미있어.”

“...나 이짜나아. 지누 이짜나요. 어떡하지?”

.”

 

바삭거리는 것이 분명할 식빵을 하나 들어와 진우에게 넘기기 위해 고소한 버터를 바르고 빨간 딸기잼을 가득 퍼 올린 그 때였다.

 

“...진짜아, 진우 진짜. ? 성생님 너어어어무! 너무 좋아!”

 

이러케 막 좋아서 나중에 막 어? 성샌님을 너무너무너어어무 사랑해서어, 심장이 퍼엉 터지면 어떡해요? 지누 성샌님이 조아서 막, . 죽을 거 같아아. 매번 이어지는 사랑고백.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들을 좋아해. 사랑해. 그럼에도 질리지 않는다면 어떡해야 할까.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마음으로 가득한 어린 제 연인을. 그것은, 하나의 방법만이 남은 것이 아닐까.

 

어떡하냐.”

으응?”

선생님도 진우 좋아하는데. 많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잼을 펴 바르며 한 말에, 결국. 아침부터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진 진우는 바로 건너편의 송 선생에게 다가와서 꼭, 꼭 안아버렸다, 시간은 이제 막 정오에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고소한 냄새와 커피 향이 진동을 하는 어느 날의 주방. 그 향에 섞인 것은 사랑스러운 웃음이었다.

 

 

- FIN.




Written By. MTR (Twitter Account : @m_tr_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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